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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Daily

[북리뷰:서평]죽은 자의 집청소/김완(+아일랜드 어학연수 때, 우크라이나 여자애랑 싸운 썰)

#아일랜드 어학연수 당시, 외국친구들에게 답변해주기 힘든 질문 중 하나는

"정말 한국사람들은 자살을 많이 하니?" 였다.

아이돌가수나 수험생, 노인 등의 자살률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막상 우리나라사람들은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떠들지 않으나

해외 친구들에겐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였기 때문인걸까.

쉐어하우스에서 저녁을 하고 있던 중

당시 한국의 유명가수인 #설리#종현 의 이야기가 아일랜드 라디오에서

나오고 있었기에, 밥먹던 중 질문세례를 받은 적도 있다.

한 날은

반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인 내게

유난히 인종차별의 기운을 은은하게 풍기던 우크라이나 여자애가

수능성적으로 자살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비를 걸어와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뭐 평소에도 그녀는 우리나라의 성형, 아이돌, 아시아문화 등 여러 다양한 주제로 내게 시비를 걸어왔기에, 그닥 특별한 일은 아니었으며 그녀와의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알량한 승부욕 덕분에 당시엔 우리나라 사회문제에 대한 조사를 참 열심히도 해댔었다.)

어쨌든 좋은 의도이건 나쁜 의도이건, 한국사람으로써 한국의 죽음 관련 문제에 관련한 질문을 자주 받으며 나또한 이에 대해 무지하단 사실을 알았다.

허나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노인빈곤률이나 1-20대 젊은 층의 자살률 등 수치나 통계들이

그 주를 이뤘고, 자세한 이야기는 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어보아도

보통 불편해하는 반응만 보일 뿐 나의 갈증을 풀어주는 자료는 적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고독사나 자살에 관련한 자료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중,

이 주제에 대해 또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바로 '죽은 자의 집청소'이다.

책을 읽기 전, '죽은자의-집청소'로 줄 알았더니

'죽은 자의 집-청소'에 대한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한다는 주제로 저자는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저자인 '김완'님은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직업으로

주로 고독사나 자살로 사망한 이들의 집을 청소한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나 직업을 가전 저자의 에세이의 경우,

보통 그 자극적인 소재로써만 이목을 이끌 뿐

막상 읽어보면 아쉬운 필력이나 묘사가 아쉬울 때가 많다.

허나, 이 책의 저자는 시를 전공했던 분이라 그런지 필력이 상당하다.

어마어마한 필력으로 '죽음'과 '삶'에 대한 자신의 고찰을 나열하는 저자 덕분에

내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지금껏 한번도 생각치 못한 고독사나 자살 후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자는

죽어가는 와중에 착화탄에 불을 붙인 도구들을 분리수거한 젊은 여성

값비싼 명품과 장식품이 가득한 집이지만 빚으로 인해 고급매트리스 위에서 자살한 부부 등 아이러니한 삶을 묘사한다.

그의 이야기 목차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가난, 요금고지서, 피, 구더기, 방역복, 쓰레기 등의 단어들은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에겐 생소한 단어들, 아니 어쩌면 소름이 끼칠 수도 있는 단어들이다.

덕분에 책은 이러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로 마주하는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자살을 앞둔 사람과의 통화로 그녀의 자살을 막기도 한다. 이렇게 죽음과 가까이 있는 삶을 사는 그는 어떤 생각을 할지 감히 짐작을 돕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삶과 죽음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가지게 될 듯 하다.

이전까진 고독사나 자살에 대해 사회적이고 큰 주제에만

관심을 두었는데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시선은 어떠한지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으며

또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기에만 급급했던 내게

사망 이후의 내용은 나의 범위를 좀 더 넓혀주게 될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삶을 좀 더 가치있게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소외되고 벼랑 끝까지 내몰리는 이웃이 내 주위엔 없는지

더 관심가져야할 책무를 느낀다.

저자의 실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슬픈 죽음이 없는 사회가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좋은 생각거리를 얻게 되는 책이다.